↑ 향긋한 내음으로 미각을 자극하는 쑥은 비타민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성분들을 풍부하게 지녀 춘곤증 퇴치에도 일조를 한다.
술꾼들이 이즈음 속풀이 해장국으로 가장 많이 찾는 것이 바로 도다리쑥국이다.
향긋한 쑥내음과 고소한 봄도다리 살점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시원한 국물맛도 일품이고
도다리쑥국이 지닌 숙취해소 기능 또한 술꾼들은 '임상적'으로 체험해 알고 있다.
도다리쑥국이 보이는 이 같은 효능의 근원지는 단연 쑥에서 나온다.
굳이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 이야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히로시마(廣島) 원폭 투하 현장에서도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민 것이 쑥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쑥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이다.
아지랑이와 함께 갑자기 몰려든 온화한 날씨에 '정신줄'을 놓게 만드는 춘곤증에도
쑥이 강력히 추천되고 있는 것은 축 처진 혈관과 근육에 다시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쑥의 주요 성분들부터 살펴보자.
약쑥이 아니어도 식용으로 즐겨 먹는 쑥 잎에는 비타민A, B, C 등의 비타민 성분 외에
휘발성 정유성분인 치네올(cineole) 등이 함유돼 있어서 피로회복 및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치네올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치네올은 쑥이 함유한 정유 중 50% 정도를 차지하는데
유칼립투스 오일에도 들어있는 것으로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폐에 작용해 순환기능을 좋게 한다고 해 약재로 널리 쓰여졌다.
한방의 경우에도 이 같은 효능을 인정하고 춘곤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쑥을 처방해 주었다.
한방에서는 쑥에 산한지통(散寒止痛) 즉 '한기를 몰아내서 통증은 멈추게 한다'의 순환기능 개선의 효능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겨우내 냉기에 움츠러든 근육에 활력을 돌게 하므로
평소에 추위를 많이 타며 몸이 차갑고 순환기능이 저하된 사람의 춘곤증에 즉효약으로 쓰였던 것이다.
춘곤증으로 인한 소화불량에도 쑥은 효능을 보인다.
쑥의 클로로제닉(chlorogenic)산은 담즙 분비를 촉진해 소화기능을 돕는다.
특히 비위(소화) 계통이 약한 사람의 피로감 개선에 쑥이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쑥에 풍부한 비타민 성분들은 항산화 작용을 해 간에서 지질대사를 촉진하고, 중성지방 함량도 낮춰준다.
따라서 쑥은 다이어트식으로도 적극 권장되고 있다.
실제로 쑥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식이섬유는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변비 문제를 해결해 준다.
물론 뱃살을 줄이는 데도 좋다.
최근에는 쑥이 항암효과를 지녔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쑥의 이 같은 항암효과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식물성 비타민A인 베타카로틴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쑥 100g에는 3375㎍의 비타민A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들어있다.
비타민A 못잖게 강력한 항산화제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도 많이 들어있다.
이들 영양성분들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암 억제유전자를 활성화한다.
이뿐 아니라 쑥이 함유하고 있는 다양한 성분들이 암을 예방해 준다.
요모긴과 아르테미시닌도 그런 성분들이다.
그중 요모긴은 아폽토시스(암세포 자살 유도)를 일으켜 암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요모긴은 독성물질인 일산화질소의 생성을 억제해 이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내독소혈증과 염증을 치료하는 데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쑥이 무조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쑥에는 소량이지만 신경성 독성 물질도 있기 때문에 섭취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인들이 즐겨 마시던 쑥술 '압생트(absinthe)'는 술에 든 튜존이 몸에 축적되면서
뇌세포를 파괴하고 환각 상태에 빠뜨린다고 해 제조가 금지되기도 했다.
화가 반 고흐가 즐겨 마신 술도 압생트라고 한다.
압생트는 향쑥의 라틴명 '압신티움'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쑥은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오는 이른 봄에 가장 맛이 좋다.
오래 끓이면 영양소가 파괴되므로 한소끔만 끓여 먹어야 한다.
쑥은 너무 자란 것은 억세고 쓴맛이 강하며 요리를 해도 뻣뻣하고 질기다.
따라서 하얀 솜털이 나 있는 어린 쑥을 사서 국이나 무침용으로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