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플래쉬<영상>

슬픈 이야기 (판화)

돌체비타67 2004. 9. 9. 11:20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