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왜 자위를 할까?
여자의 자위 역시 생식과 무관한 성행동이므로
그것이 진화된 이유는 생물학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일부에서는 오르가즘의 기원과 결부시킨 이론을 내놓는다.
여자의 오르가즘이 진화된 까닭을 수정의 측면에서 설명한
이론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오르가즘이 여자를 성교 직후 드러누워 있게 만들어
정액의 손실을 줄여주기 때문에 임신의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이론이다.
성교 후에 여자가 서서 움직이면 정액이 질 밖으로 흘러내린다.
그러나 오르가즘을 만끽한 여자가 졸려서 계속 누워 있으면
정액이 질 안에 고여 있으므로 수정될 기회가 높아진다.
요컨대 오르가즘은 여자가 피로해서 졸음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진화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오르가즘이 정액을 자궁 안으로 흡인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수정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이른바 흡인 이론을 정자 경쟁의 관점에서 설명한 학자는
베이커와 벨리스이다.
베이크와 벨리스에 따르면,
남자가 사정한 정자의 일부는 성교 후 30분 이내에
플로백이 되어 질 밖으로 흘러나간다.
플로백은 정액과 여성의 분비물이 혼합된 하얀 구슬이다.
플로백에는 정자의 35% 가량이 들어 있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정자가 플로백으로 많이 빠져나가서 여자의 몸 속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베이커와 벨리스는 플로백에 포함되는 정자의 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오르가즘을 지목한다.
이를테면 여자가 남자보다 먼저 오르가즘에 도달하거나
또는 전혀 극치감을 느끼지 못한 경우에는
여자의 질 안에 비교적 적은 수의 정자가 남는다.
그러나 남자가 사정하는 순간 또는 직후에 여자가 절정감을
맛보면 많은 수의 정자를 몸 속에 보유하게 된다.
오르가즘으로 자궁 내부의 압력이 상승하여 정액을 더 많이
자궁 안으로 흡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자가 정자 경쟁의 심판관이 될 수 있다.
한 남자와는 오르가즘에 도달해서 그의 정자를 몸 속에
많이 남겨두고 다른 남자와는 성의없이 성교를 해서
그의 정자가 대부분 플로백으로 나가게 하면 정자의 수가
많은 쪽이 자신의 난자를 수정시킬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남성의 정자 경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여성의
오르가즘이 진화되었다면, 여자의 자위행위 또한 정자 경쟁과
무관할 수 없다.
가령 한 여자가 월요일과 금요일에 성교를 했다고 가정하면
금요일의 성교 후에 그녀 몸에 보존될 정자의 수는 월요일
성교로 이미 몸 속에 갖고 있는 정자 수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월요일 성교로 여자의 생식기 내부에 들어앉은
정자가 금요일 성교로 배출된 정자에게 텃세를 부린다는 뜻이다.
이러한 정자의 견제능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약화된다.
그러나 만일 수요일 쯤에 여자가 자위행위를 하여 오르가즘에
도달한다면 이러한 견제능력의 하강을 저지할 수 있다.
요컨대 여자들은 현재의 성교는 물론이고 다음에 성교할 때
그들 몸에 남게 되는 정자의 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비록
무의식적이긴 하지만 자위행위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음이 미래의 성교에서 임신될 확률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베이커와 벨리스의 이론이 옳다면,
여자들은 자위행위를 통해 정자 경쟁의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
여자들은 남편보다 정부의 정자를 선호하는 성향이 있으므로
월요일에 정부와 간통하고 금요일에 남편과 잠자리를 할라치면
수요일쯤에 미리 수음을 해서 정부의 손을 들어줄 터이다.